문화일보에 실린 홍성대 이사장님
- 신문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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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5-21 14:15:25
<문화일보> 5월17일자에 홍성대 이사장님의 인터뷰 기사가 큼지막하게 실렸습니다.
이사장님의 근황과 모교의 소식을 잘 알 수 있을 것 같아 요지를 옮겨 봅니다.
<지역과 더불어>
“자립형高 전환뒤 전국서 우수학생 몰려”
홍성대 상산고 이사장
1981년 전북 전주지역 고교 입시는 연합고사 합격점을 통과한 이후에 추첨을 통해 배정받는 형식이었다. 입시생들은 지역 최고 명문인 전주고에 붙으면 당연히 기뻐했다. 이 해에 개교한 신생고인 상산고로 배정받은 학생들은 낙담해야 할 상황이었으나, 전주고에 합격한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즐거워했다. 대학입시의 바이블로 통했던 ‘수학의 정석(定石)’ 필자가 고향에 학교를 세우고, 전국의 우수한 교사를 유치해서 의욕적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려 한다는 소문 때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후 상산고는 지역의 사학명문으로 발돋움했고, 2002년 정부 지원을 받지 않고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자립형 사립고로 전환한 이후에는 전국에서 우수학생들이 몰리는 학교로 성장했다.
“오늘 선생님들의 요청으로 학생들에게 2시간짜리 수학 특강을 했어요. 나이가 드니 강의가 힘들군요. 1, 2학년 24개반을 상대로 했으니 수학 선생님 한 분이 48시간 하실 수업량을 덜어드린 셈이죠.(웃음) 힘들었지만, 아이들의 빛나는 눈망울을 보니 아주 즐거웠습니다.”
스승의 날인 15일 저녁, 홍성대(70) 상산고 이사장은 전주에 있었다. 그는 자신이 명예회장으로 있는 서울의 출판사 사무실에 주로 머무르는데, 2주일에 1번씩 상산고를 찾는다. 요즘처럼 학교 공사 등 일이 있을 때는 수시로 내려온다고 했다.
“보시다시피 지금 운동장에 잔디를 깔고 육상 트랙과 농구장을 만드는 공사를 하고 있어요. 내가 맡아서 처리해주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교장 선생님은 학사만 챙기는데도 바쁘니까요.”
홍 이사장은 지난 10일에도 학교를 찾아 공사 현황을 챙겼다. 그는 기자에게 “자립형 사립고의 교육 환경을 세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며 4시간에 걸쳐 학교 구석구석을 구경시켰다.
(중략)
“여기 500여그루의 소나무가 있어요. 아무리 못생긴 소나무도 이렇게 줄로 모양을 잡아주고 3년만 정성껏 보살피면 어엿하게 성장합니다.” 그는 ‘소나무 3년 돌보기’를 2번이나 강조했다. 자신의 교육관을 넌지시 시사하고 싶은 듯했다.
홍 이사장을 따라서 본관, 과학관, 멀티미디어 강의동, 도서관, 학생식당 등을 돌아보면서 드는 생각은 “이게 대한민국 고교인가”하는 것이었다. 모든 게 첨단 시설로 돼 있다.
그는 방문객의 놀라워하는 표정이 흡족했던지 내처 기숙사를 보여줬다.
(중략)
홍 이사장은 “고향에서 후학을 양성하자는 생각으로 전주에 터를 잡았는데, 양질의 교육을 시키는 데 어려운 점이 있었다”며 “예를 들어, 사회 각계의 인사들께서 특강하러 오실 때 아무래도 불편해 하시더라”고 전했다. “학교 세운 것을 후회한 적도 많지만, 제 고향에서 학교를 운영하기 때문에 전력을 다했습니다. 좋은 교육 환경을 갖추고, 우수한 교사를 유치하기 위해 백방으로 애썼습니다. 그 결과로 이제 전국에서 학생이 몰려옵니다. 아이들에겐 지역감정이 없습니다. 전국 각지의 사투리로 떠들어대면 그렇게 예쁠 수가 없지요. 이 아이들이 고교 3년 동안 전북 지역에서 생활했던 것을 평생 잊지 않고 간직하리라 생각합니다.”
자립형 사립고는 정부 보조금을 받지 않는 대신에 일반고 수업료의 3배를 받을 수 있다. 상산고의 현재 수업료는 학교운영지원비를 포함해 1인당 연 434만원, 기숙사생은 월 38만원 안팎을 부담해야 한다.
“수업료와 재단전입금을 합하면 정부 보조금 수준입니다. 아이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도록 시설을 갖추려다 보면 도리없이 이사장이 사재를 투입할 수밖에 없지요.”
그는 “자립형 사립고로 전환한 이후에 사재 300여억원을 투입했다”고 털어놓으며 “아이들의 꿈을 위해 투자하는 것이니 돈 쓰는 것이 참 재미있다”며 웃었다. 그러나 이내 “현정부의 교육정책이 사학 설립자들의 명예를 송두리째 짓밟고 있다”며 “정부가 일부 사학의 비리를 빌미로 개방형 이사제 등을 도입, 그동안 교육 발전에 기여해온 전체 사학의 운영권을 뺏어가겠다고 나서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가 개방형 이사제를 골자로 한 사학법 개정을 반대해온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현행 내신 위주의 대입제도는 학교 수업 정상화라는 명분을 내걸고 있으나, 현실적으론 내신·수능·논술 등 3부문에서 모두 과외를 부추기기 때문에 망국적”이라며 “잘못된 입시정책 때문에 특수목적고와 자립형 사립고의 뛰어난 학생들이 내신에서 손해를 보는 것은 정말 우스꽝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철저한 엘리트 교육을 지향하는 그에게 “우리 사회의 1등주의, 경쟁 지상주의가 오늘날 아이들을 입시지옥에 빠뜨린 것 아니냐”고 질문하니 “지도자 한 사람이 그 사회 삶의 질을 좌우하기 때문에 평준화 교육은 잘못된 것”이라고 우회적으로 대답했다. 그는 “사학에 자율성을 주면 다양화, 특성화 교육이 살아나기 때문에 아이들이 각자의 소질대로 자신의 미래를 열어갈 수 있는 게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상산고를 ‘귀족학교’라고 비난하는 이들은 내가 가진 사람의 자식 교육을 위해 없는 사람을 무시하는 사람이라고 몰아붙입니다. 나는 중·고교·대학을 모두 고학하다시피 다녔습니다.‘수학의 정석’을 쓸 때는 학원에서 10시간 강의하고 3시간 정도만 자면서 책 쓰는 데 몰두했습니다. 이렇게 힘겹게 살아온 제가 어떻게 없는 사람을 무시하겠습니까. 다만 우리나라도 외국의 명문 사립들처럼 좋은 교육 환경에서 지도자의 자질을 키우는 학교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나는 아이들이 꿈을 키워갈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해 뒷받침할 따름입니다.”
인터뷰 = 장재선 전국부 차장 jeijei@munhwa.com